맨유 탈출 환영? 산초의 ‘자유’ 발언, 래시포드 데뷔전 축하 속에 담긴 속내
- 관리자
- 2월 11일
- 3분 분량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때 ‘문제아’ 꼬리표가 붙었던 제이든 산초(첼시)가 마커스 래시포드(아스톤 빌라)의 새로운 도전에 공개적으로 지지의 뜻을 보냈다. 최근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10일(이하 한국시각) “래시포드가 토트넘 홋스퍼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경기에서 아스톤 빌라 이적 후 첫 경기를 치른 뒤, 산초가 축하 의미로 ‘자유(Freedom)’라는 코멘트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현지 팬들은 이를 두고 “맨유 생활이 얼마나 답답했는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래시포드는 맨유 유소년 팀 출신으로 ‘성골유스’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지난 시즌 큰 부침을 겪었다. 경기력도 기대 이하였지만, 음주 논란까지 겹치면서 팀 내 입지가 급격히 흔들렸다. 루벤 아모림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주전 경쟁에서 탈락했고, 결국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임대 형태로 아스톤 빌라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적을 마무리 지은 뒤, 래시포드는 SNS를 통해 “나를 받아준 두 구단(맨유와 아스톤 빌라) 모두에게 감사하다. 다른 제안도 있었지만, 빌라의 경기 스타일과 지도자의 야망이 크게 와 닿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임대 계약에는 완전 이적 옵션도 포함됐는데, 축구계 전문 기자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4000만 파운드(약 720억 원)의 이적료가 발동될 경우, 래시포드는 빌라와 3년 반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래시포드는 10일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FA컵 4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20분 교체 투입되어 빌라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는 빌라가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마무리됐지만, 래시포드는 팀에 대한 고마움을 SNS에 남겼다. “따뜻하게 맞아준 빌라 팬들과 팀 동료 덕분에 첫 경기를 잘 치렀다. 모두가 보여준 에너지와 열정은 정말 고무적이었다”라고 언급했다.
문제의 댓글은 이 SNS 게시물에 달린 산초의 답글이다. 그는 박수 모양 이모티콘과 함께 영어 단어 ‘Freedom(자유)’을 적었고, 이를 두고 축구 팬들은 “맨유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뛰라는 응원”이라고 해석했다. 사실 산초 자신도 맨유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끝에 팀을 떠난 경험이 있다.
산초는 2021-22시즌을 앞두고 약 8,500만 유로(약 1,14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이적료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나 맨유에 합류했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에릭 텐 하흐 감독과의 불화가 불거지면서 1군에서 밀려났고, 결국 임대를 선택해야 했다. 지난겨울에는 친정팀 도르트문트로의 단기 임대를 택했고, 이후 올 시즌을 맞이하면서 첼시로 다시 임대 이적하는 강수를 뒀다.
반면, 첼시로 이적한 산초는 부진을 털어내고 경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8경기에 출전해 2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비록 폭발적이라 단언하긴 어려우나, 맨유 시절 ‘문제아’ 이미지에서 벗어나 조금씩 팀에 녹아들고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온다. 맨유에 남았더라면 지속적으로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산초가 래시포드의 아스톤 빌라 임대를 응원하는 이유 역시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Freedom’이라는 짧은 한 단어에 담긴 의미가 상당히 묵직한 이유다. 맨유라는 무대가 화려한 명성과 전통을 지닌 반면, 특정 선수들에게는 너무나 답답하고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래시포드를 지휘하게 된 우나이 에메리 아스톤 빌라 감독은 “맨유를 떠난 사유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에게서 최고의 기량만을 기대할 뿐이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어 “래시포드는 아직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가 과거 맨유에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여기서 마음껏 펼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왜 이적이 결정됐는지 궁금하지 않다. 나는 지금부터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에메리 감독은 과거 래시포드가 겪었던 논란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고 있다. 빌라 이적이 단순한 임시 방편이 아니라, 래시포드의 커리어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모습이다.
결국 산초의 ‘자유’ 발언은 맨유 분위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유발한다. 산초뿐만 아니라 래시포드 같은 클럽 유스 출신 공격수가 팀을 떠나면서, 맨유가 선수들을 활용하는 데 제대로 된 지원이나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실제로 맨유를 등진 선수들 중에는 다른 무대에서 부활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맨유에서 부진하다가도 다른 팀에서 만개하는 현상이 언제나 “구단의 책임”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선수 개인의 적응력과 정신적 요소,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초가 굳이 “Freedom”이라고 표현하며 래시포드의 이적을 축하했다는 사실은, 맨유가 최근 몇 년 동안 얼마나 많은 논란과 갈등을 노출해왔는지를 방증하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됐다.